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이라는 제목으로 주택이나 상가의 월 차임을 1년에 1회에 한하여 5%의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는 “당사자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이 임차주택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적절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장래에 대하여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고,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1조는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당사자는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하여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각 조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차임 증감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당사자’이므로 차임증감청구권자는 임대인에 국한되지 않으며, 차임의 ‘증감’청구권이라는 점에서 증액만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액도 청구할 수 있다.
이렇듯 차임증감청구권은 임대차계약 당사자들이 주변 시세나 물가 등을 고려하여 융통성 있게 월 차임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도,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해당 조문을 ‘매년 5%씩 차임 인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임대인이 차임의 5% 증액을 청구하였으나 임차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의 차임증감청구권은 ‘형성권’에 해당하는데, 형성권이란 권리자 일방이 의사표시를 하기만 하면 그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당사자 간에 의사를 합치시킬 필요가 없다.
즉, 임대인의 차임증액청구나 임차인의 차임감액청구 모두 그 청구가 타당하다면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청구하는 즉시 효과가 발생한다.
그리고 만일 임대인이 2023. 3. 1. 임차인에게 차임 5%의 증액을 청구하였는데, 임차인이 이에 동의하지 않고 기존 계약상의 차임만을 지급하는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을 상대로 증액된 차임에 대한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차임증감청구권은 형성권이므로 임대인이 위 소송에서 승소하면 임차인은 2023. 3. 1.부터 미지급한 5% 증액분을 지급하여야 한다.
한편 소송에서 차임증감청구가 타당한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 차임으로 당사자를 구속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50113 판결 등 참조).
즉, 일반적인 물가 변동 정도만으로 차임증감청구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으며, 실무적으로는 주변 건물의 차임 시세와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점을 입증하거나, 법원을 통하여 차임 시세를 감정받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차임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더 받거나 덜 내기 위해서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부동산 시세나 물가상승률에 따라 임차인으로서도 5% 증액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다만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차임의 5% 증액이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임차인은 임대인의 5% 증액 청구에 응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야 계약상 대등한 당사자로서 열린 마음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