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서 이기고도 못 받는 이유

COLUMN · 민사 / 보전처분

작성 2026. 8. 6. | 로엘법무법인 강연경 변호사

민사 상담에서 가장 허탈한 순간은 판결문을 들고 오신 분에게 집행할 재산이 없다고 말씀드려야 할 때입니다. 소송을 이기는 데 여러 달이 걸렸는데, 그사이 상대방 명의로 남아 있던 재산이 정리되어 버린 경우입니다.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한 절차가 보전처분입니다. 이 글은 가압류와 가처분이 각각 무엇을 묶는 절차인지, 채무자는 어떻게 다툴 수 있는지, 그리고 잘못된 가압류에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Q.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 재산을 묶어둘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76조 제1항은 가압류를 금전채권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에 대하여 동산 또는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하여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277조는 가압류를 하지 아니하면 판결을 집행할 수 없거나 집행하는 것이 매우 곤란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이 필요하고, 법원은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가압류를 명할 수 있습니다.

이겨도 못 받는 일이 왜 생기나

판결은 권리를 확정할 뿐 재산을 붙잡아 두지는 않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채무자가 부동산을 팔거나 예금을 옮기면, 확정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대상이 남지 않습니다. 보전처분은 이 시차를 메우는 제도입니다. 본안 판단을 나중으로 미루는 대신 지금 재산의 현상을 고정해 두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민사집행법」 제280조 제1항은 가압류신청에 대한 재판을 변론 없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미리 알리면 제도의 취지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가압류는 금전채권을 위한 절차입니다

가압류의 대상은 돈으로 환산되는 청구입니다. 대여금, 물품대금, 손해배상금처럼 결국 금액으로 귀결되는 채권을 가진 사람이 그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76조 제2항은 그 채권이 조건이 붙어 있거나 기한이 아직 차지 아니한 경우에도 가압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변제기가 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압류가 배척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신청에서 실제로 판단이 갈리는 부분은 제277조가 정한 보전의 필요성입니다. 채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지금 묶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판결을 집행하기 어려워진다는 사정이 소명되어야 합니다. 채무자가 다른 채권자로부터 이미 집행을 당하고 있다거나,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았다거나, 사업장을 정리하고 있다는 정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가처분은 돈이 아닌 것을 다룹니다

가처분은 두 갈래입니다.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1항의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은 현상이 바뀌면 당사자가 권리를 실행하지 못하거나 이를 실행하는 것이 매우 곤란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 합니다.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을 다투는 동안 그 부동산이 제3자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묶어두는 유형이 여기에 속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대하여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을 규정하면서, 이 경우 특히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본안 판단 전에 잠정적으로 권리관계를 정하는 것이므로 요건이 더 엄격하게 쓰여 있습니다. 정리하면 금액으로 환산되는 청구는 가압류, 특정물이나 지위에 관한 다툼은 가처분입니다.

구분가압류가처분
근거민사집행법 제276조·제277조민사집행법 제300조
대상금전채권 또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다툼의 대상인 물건·권리, 다툼 있는 권리관계
전형적 사례대여금·물품대금 채권자의 부동산·예금 가압류소유권을 다투는 부동산의 처분 제한, 임시의 지위 결정

담보와 채무자의 방어 수단

보전처분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내려지므로, 균형을 맞추는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담보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80조 제2항은 청구채권이나 가압류의 이유를 소명하지 아니한 때에도 가압류로 생길 수 있는 채무자의 손해에 대하여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하면 가압류를 명할 수 있다고 하고, 제3항은 소명이 있는 경우에도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가압류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담보의 액수와 제공 방법은 법원이 정하며, 가압류명령에 그 내용을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둘째는 제소명령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87조 제1항은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채권자에게 상당한 기간 안에 본안의 소를 제기하고 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명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그 기간을 2주 이상으로 정하도록 합니다. 채권자가 그 기간 안에 서류를 내지 않으면 제3항에 따라 법원은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가압류를 취소하여야 합니다. 서류를 낸 뒤에 본안의 소가 취하되거나 각하되면 제출하지 아니한 것으로 봅니다. 가압류를 걸어두고 본안을 진행하지 않는 상태가 무한정 유지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잘못한 가압류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가압류를 해두었다가 본안에서 지면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757 판결은 가압류신청에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 결정이 된 경우, 본안 판결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는 고의·과실이 추정되고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부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채무자가 업무상배임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거나 사실관계와 소송의 경과가 복잡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과실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손해의 범위에 관해서도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통상의 손해액은 그 채권금에 대한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이자 상당액이고, 특별손해는 채권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민사 사건을 다루며 확인하게 되는 것은, 청구금액을 넉넉하게 잡아두려는 판단이 이 지점에서 되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액수를 부풀린 만큼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가압류는 금전채권의 집행을 보전하는 절차이고 가처분은 특정물이나 권리관계의 현상을 유지하는 절차입니다. 둘째, 보전처분은 변론 없이 내려질 수 있는 대신 담보와 제소명령이라는 균형 장치가 있습니다. 셋째, 청구금액을 과다하게 잡은 가압류는 본안 패소 시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채권의 성질과 채무자의 재산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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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민사집행법」 제276조·제277조·제280조·제287조·제300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757 판결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같은 주 발행 칼럼: 26억 횡령, 항소심에서 형이 줄어든 이유

강연경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 · 이혼 전문 변호사 / 인천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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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가압류·가처분 제도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담보(공탁금)의 실무상 산정 비율과 인지대·송달료 등 비용은 법원 예규 원문이 확인되지 않아 금액이나 비율을 적지 않았습니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처분금지가처분 등 개별 유형의 요건과 사정변경에 따른 취소 절차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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