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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 없는 유사강간 혐의, 성관계 없었으니 무죄라는 안일함 버려야

성범죄 수사 절차에서는 행위의 강도나 형태를 피의자가 스스로 재단하는 태도가 가장 위험하다.

유사강간 혐의는 물리적 성관계(성기 간 결합)가 없었다는 이유로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보거나, 무죄에 가까운 가벼운 처분으로 마무리될 것이라 오판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유사강간죄는 강간죄 못지않게 무거운 책임을 묻는 중범죄다.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규명 없이 감정적인 주장만을 앞세우는 것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법적 불이익을 키우는 원인이 될 뿐이다.

형법 제297조의2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죄가 신설된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행위들이 강제추행으로 분류되어 상대적으로 낮게 처벌받기도 했으나, 피해자가 느끼는 신체적 침해와 성적 수치심의 정도가 극심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법정형이 대폭 강화된 별도의 중범죄로 분리되었다.

유사강간죄의 법정형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일반적인 성추행과 달리 벌금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범죄다. 즉, 혐의가 인정되는 순간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아내지 못하면 실형 선고를 피할 수 없다.

실무에서 유사강간 사건을 다룰 때 가장 치열하게 공방이 오가는 대목은 유사강간죄와 강제추행죄 사이의 법리적 다툼이다.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양측 모두 인정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이뤄졌느냐에 따라 적용 죄목과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사강간이 성립하려면 손가락이나 도구 등이 신체의 '내부'로 들어갔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단순히 신체 외부를 만지거나 문지른 정도라면 강제추행죄가 적용되지만 아주 미세하게라도 내부로 진입했다면 유사강간죄가 성립한다. 사건 당시의 CCTV나 DNA 등 물리적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양측의 진술을 토대로 이 경계선을 입증하는 것이 실무상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또한 유사강간 역시 강간죄와 마찬가지로 폭행 또는 협박이 수단이 되어야 한다. 당시 가해진 위력의 수준이 상대방의 반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는지, 혹은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기류 하에서 일어난 신체 접촉이었는지에 따라 죄의 성립 여부가 전면 재검토된다. 당시 분위기, 사건 전후의 메신저 대화 내역, 이동 동선 등을 종합하여 폭행·협박의 존부를 객관적으로 따져보게 된다.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법무과,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온 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대표변호사는 “유사강간 사건은 향방은 사실상 첫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결정된다. 성범죄 특성상 은밀한 공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고소인과 피의자의 진술 신빙성 여부가 핵심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사건 당시의 정황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거나, 객관적 사실관계를 무조건 부인하다가 수사기관이 제시한 정황 증거 앞 뒤늦게 말을 바꾸는 행위는 진술의 신빙성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피의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판세는 고소인의 진술을 중심으로 급격히 기울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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