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소송, 연인 관계라는 특수성은 참작 사유인가 가중 처벌 요인인가
‘연인’이라는 사적인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정신적 가해 행위는 오랫동안 '남녀 간의 애정 문제' 혹은 '단순한 다툼'이라는 명목 하에 사법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 하지만 데이트폭력은 이제 더 이상 당사자 간의 대화나 양보로 해결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로 규정되고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된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와 사생활 침해, 물리적 억압은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사법당국과 입법부는 연인 간의 집착과 통제, 그로 인한 신체적 가해 행위를 단순 폭행으로 보지 않고 중대한 강력 범죄의 전초 단계로 인식하여 엄정하게 대처하는 추세다.
데이트폭력은 단일한 죄명이 아니다.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가해 행위의 구체적인 태양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성립하는 혐의가 완전히 세분화되며, 이에 따른 사법 처리의 수위도 극명하게 갈린다. 우선 뺨을 때리거나 밀치는 등 신체에 대한 위법한 물리력 행사는 폭행죄에 해당하며, "헤어지면 죽여버리겠다"와 같이 공포심을 유발하는 해악의 고지는 협박죄가 성립한다. 이들은 반의사불벌죄로서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가 있으면 기소할 수 없으나, 스마트폰, 재떨이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하여 가해를 가한 경우 특수폭행이나 특수협박이 성립하여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폭행의 결과로 피멍이 들거나 골절, 혹은 정신적 기능 부전 등 물리적 상해를 입혔다면 형법 제 상해죄가 적용된다.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을 면할 수 없다. 또한 관계를 끊으려는 상대방을 강제로 차에 태우거나 가두는 행위는 감금죄, "바람피운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억지로 무릎을 꿇리거나 서약서를 쓰게 만드는 행위는 강요죄로 의율 되어 실형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별 후 상대방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메신저를 보내거나, 직장 및 주거지 앞에서 기다리는 행위는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비밀번호를 알아내 무단으로 연인의 집에 들어가는 행위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데, 판례는 공동 주거권자가 아닌 연인의 무단 출입을 주거의 평온을 깨뜨리는 중대한 범죄로 판단한다.
판례에 따르면 연인 관계라는 특수성은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는 참작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의 방어권을 무력화하는 가중 처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연인 간의 분쟁은 감정의 골이 깊은 만큼 수사 과정에서 진술의 과장이 섞이기 쉽고 이로 인해 한쪽이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반대로 심각한 피해가 축소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사건이 발생한 직후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법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물적 증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등 초동 대처가 중요하다.
로엘 법무법인 유한규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법정에서도 데이트폭력을 '치기 어린 사랑의 부작용' 정도로 안일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일부 존재했으나 지금의 사법부는 관계의 친밀성을 악용한 가해 행위를 대단히 엄중하고 냉정하게 단죄한다. 따라서 데이트폭력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단순 폭행인지, 스토킹이나 특수범죄 계열의 특별법이 적용되는 사안인지를 행위태양별로 분리해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감정적 폭로전에 휘둘리지 않고 사건의 실질을 계량화하여 재판부를 설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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