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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에 의한 간음, 지위의 비대칭성과 합의의 경계선에 대한 법리적 쟁점

우리 형법과 성폭력처벌법 체제 하에서 성범죄의 성립을 결정짓는 가장 엄격한 기준은 행위 당시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합의'가 존재했는지 여부다. 그러나 외견상 물리적 강압이나 폭행, 협박이 수반되지 않은 채 발생한 성적 접촉의 경우, 그 관계가 자발적 동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유무형의 위계 구도에 눌린 결과인지를 명확히 분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특히 직장, 대학, 종교 단체 등 사회적 역학 관계가 뚜렷한 조직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력에의한간음 혐의는 고소인과 피고소인 간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영역이다. 사법당국 역시 단순한 감정적 호소나 정황적 의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으며 엄격한 증거주의 원칙에 따라 '위력의 실질적 행사'와 '자유의사의 제압' 여부를 차갑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심리하고 있다.

형법 제303조(업무상위력등에의한간음)에서 규정하는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의미하지만, 그 구체적 한계에 대해서는 사건마다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진다. 대법원 판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핵심은 가해자의 지위나 권세 자체의 존재만으로 곧바로 위력의 행사를 단정해서는 안 되며 정황과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성적 접촉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지위의 비대칭성이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실제 기능했는가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소인 측에서는 당시의 정서적·경제적 취약성과 거부 의사를 밝히기 어려웠던 인적 구도를 입증해야 하고, 반대로 피고소인 측에서는 당사자 간의 평소 친밀도, 사건 전후의 정상적인 관계 유지, 명시적 혹은 묵시적 동의로 해석될 수 있는 객관적 정황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형사 재판 실무 흐름을 보면 사법부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메신저 대화록, 주변인들의 증언, 사건 직후의 동선 등 구체적인 물적 증거를 바탕으로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따라서 위력에의한간음 사건은 단순히 '억울하다'거나 '강압적이었다'는 주관적 주장만으로는 재판부를 설득할 수 없으며 행위 당시의 자유의사 유무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 싸움으로 귀결된다.

이 지점에서 법률 전문가의 역할은 감정적 대립을 걷어내고 사건을 객관적인 사법적 잣대 위로 올리는 것이다. 혐의의 입증과 방어 모두 초기 수사 단계에서 제출하는 첫 진술 분석서와 디지털 증거의 정밀도에 따라 최종 처분의 향방이 완전히 갈리게 된다.

울산, 대구 등 지방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했던 로엘 법무법인 유한규 대표변호사는 “위력에의한간음 사건은 유무죄의 경계선이 매우 얇은 편이다. 한쪽은 보이지 않는 압박에 기인한 강제적 관계라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자연스러운 감정 교류에 의한 합의라고 맞서기 때문이다. 한 가지 명심할 점은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주관적 내심의 영역은 결코 형사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건 전후의 객관적 데이터와 인과관계를 철저히 계량화하여 왜곡되지 않은 실체적 진실에 도달해야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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