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혐의, 무죄와 실형의 경계를 가르는 기준
준강간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들이 가장 빈번하게 빠지는 함정은 '폭행과 협박이 없었으니 무죄'라는 안일한 판단이다. 그러나 성범죄를 다루는 재판부의 판단 원칙은 단 하나, '피해자가 동의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는가'에 집중된다. 사법부가 인정하는 항거불능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명확한 거부 의사가 없었더라도 당시 상황과 피해자 상태에 따라 혐의가 쉽게 인정되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많은 피의자가 준강간죄를 벌금형 정도로 처분받을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그러나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는 강간죄와 동일하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규정되어 있다. 벌금형 자체가 없는 중범죄다. 특별한 감경 사유가 없는 한 초범이라도 곧바로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으로 이어지는 기조가 뚜렷하다. 유죄 확정 시 신상정보 등록·공개·고지, 특정 기관 취업 제한 등 강도 높은 보안처분이 함께 부과되며, 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직원은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해 사회적 생명이 사실상 끊긴다.
판례가 강조하는 핵심은 행위 당시 피해자가 의식적인 대답이나 거부 표현을 하지 못할 정도의 인사불성 상태(패싱아웃)였는가, 아니면 의사 형성은 가능했으나 기억만 단절된 상태(블랙아웃)였는가에 대한 엄격한 구별이다. 피해자가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자발적으로 행동했다는 정황이 부재하다면, 재판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과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심신상실을 인정해 버릴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측은 수사 초기부터 반박 증거를 과학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가장 먼저 사건 직전 두 사람의 동선이 찍힌 CCTV 영상을 확인해야 한다. 부축 없이 똑바로 걸었는지, 비틀거리지 않고 계단을 오르거나 엘리베이터에 탔는지만 봐도 당시 취한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휴대전화 기록도 중요하다. 사건 전후 친구와 오타 없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거나 스스로 잠금을 풀고 택시를 부른 이력이 있다면 의사소통 능력의 명확한 증거가 된다. 나아가 함께 마신 술의 종류와 양, 체중, 술자리 종료 후 경과 시간을 따져 의학적으로 인사불성 상태였는지를 역으로 증명해야 한다.
법원이 블랙아웃과 심신상실의 경계를 심리할 때는 음주량뿐 아니라 피해자의 평소 성향과 사후 태도를 함께 평가한다. 평소 피고인에게 보여온 호감의 정도, 유사 상황에서 거절 의사를 표시했던 과거 행적, 사건 직후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는지 여부 등이 유무죄를 가르는 중요한 간접 증거가 된다. 즉, 술에 취했더라도 두 사람의 관계성과 정황상 충분히 동의했을 가능성이 인정되면 재판부 역시 피해자의 사후 진술만으로 유죄를 단정하지 않는다.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법무과 소송계장으로서 수많은 형사 소송을 지휘한 경험을 지닌 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대표변호사는 "자신의 시각에서 상황을 낙관하고 초기 진술서를 허술하게 작성했다가 유죄의 확증 편향이 고착화되어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준강간 혐의는 벌금형이 없어 유죄가 인정되는 순간 엄청난 사회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성범죄 재판에서의 전문성이란 단편적 증거 하나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법원과 수사기관의 논리를 파악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데 있으므로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매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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