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 유효성과 형벌의 한계…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이분법적 기준과 사법현장의 쟁점
형법상 성적 자기결정권은 스스로 결정한 성적 행위에 책임을 진다는 전제하에 보호된다. 그러나 온전한 판단 능력을 갖추지 못한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법 체계는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성적 행위 자체를 처벌해왔다.
이것이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본질이다. 최근 이 조항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뜨거운 이유는 아동·청소년을 향한 성적 착취를 차단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청소년기의 자발적 성적 실천 및 변화된 성인식 사이에서 법리적 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대상 강간죄'와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법리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성폭력처벌법이나 아청법상의 강간죄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 삼아 성적 행위를 강제했을 때 성립하며, 중범죄로 엄벌에 처한다. 반면,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 위력의 행사가 전혀 없었더라도 성립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즉, 피해자의 동의나 자발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법이 정한 연령 미만이라면 그 동의의 효력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이 설정한 두 가지 연령 기준과 이에 따른 구성요건의 차이를 구별해야 한다. 첫 번째 기준은 ‘만 13세 미만’의 아동이다. 이 연령대의 아동과 성관계를 맺은 경우, 상대방의 동의나 자발성 여부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하며 행위자는 예외 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
판단이 까다로워지는 대목은 두 번째 기준인 ‘만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청소년 영역이다. 과거에는 이 연령대의 자발적 성관계가 처벌되지 않았으나, n번방 사건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새로운 요건이 추가되었다. 이 구간에서는 성인(만 19세 이상)이 청소년을 상대로 성적 행위를 했을 때만 의제강간죄가 성립한다. 즉, 또래 미성년자 간의 교제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되, '성인과 청소년'이라는 권력적·경제적 비대칭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성적 접촉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묻는다.
실제 사건에서 처벌 여부는 수사 기관이 객관적인 연령 수치만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상대의 실제 나이를 인지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주관적 고의의 조각에 달려 있다. 피의자가 상대의 기망 행위나 나이를 오인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혐의를 벗기 어렵다. 미성년자가 성인의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외모, 옷차림 등으로 인해 성인으로 오인하여 관계를 맺었다가 사후에 미성년자임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수사 기관은 미필적 고의를 넓게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러한 혐의를 둘러싼 분쟁에서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방의 억울함이나 감정적 호소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행위 전후의 객관적 데이터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 만남 당시 상대방이 제시한 프로필, 대화 내용 중에 나타난 신분적 힌트, 연령을 의심할 만한 정황의 유무 등을 타임라인별로 촘촘히 재구성하여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해야 한다.
인천·전주·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검사로 재직했던 로엘 법무법인 박민희 대표변호사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아동·청소년을 성적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법적 장치이지만, 실제 사법 환경에서는 당사자 간의 대화 맥락과 정황을 면밀히 따져야 하는 복잡한 사건이 많다. 핵심은 사건 당시 상대방이 성인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객관적이고 정당한 이유가 존재했는지를 디지털 증거와 정황 증거로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구성원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상세한 내용은 아래의 문의를 통해 전달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