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성범죄를 둘러싼 법적 공방, 유·무죄 판단의 핵심은 ‘진술의 신빙성’
가족 내 성범죄는 사법 당국이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영역이다. 과거 가문의 명예 등을 명분으로 은폐되던 시대는 끝났다. 검찰과 법원은 이를 피해자의 인격을 파괴하고 가정을 해체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한다. 특히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가 적용되면 법정형의 하한선이 높게 책정되어 무관용 원칙이 그대로 반영된다.
가족 성범죄의 특수성은 범행 장소의 밀폐성과 증거의 희소성에 있다. 주로 가정 내부에서 발생해 물증이나 목격자 확보가 어렵다 보니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무겁게 여긴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모순 없고 현저히 부적절한 대목이 없다면, 직접 증거가 없어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독자적 증거 능력을 부여하고 있다.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기준도 진화했다. 당시 정황이 일반적 인간 행동 양식에 비추어 납득 가능한지, 수사부터 법정까지 핵심 범죄사실이 일관되게 유지되는지 판단한다. 나아가 오늘날에는 시간 경과에 따른 지엽적인 기억 착오는 오히려 진술의 자연스러움을 방증한다고 보아,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의 일부 상충은 용인하는 추세다.
법리적으로 가장 면밀히 살펴야 할 대목은 공소시효 특례다. 현행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중대 성범죄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면 성년이 된 날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된다. DNA 등 과학적 증거가 확보되면 시효가 10년 연장되며, 13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사건은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 언제든 처벌이 가능하다. 이는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수년이 지나 대응하더라도 시효 만료로 면소되는 판결을 방지하는 장치다.
그러나 가족 성범죄는 관계적 특성상 사건 직후 고소나 분리가 안 되고 수년 뒤 법적 공방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흐른 상태에서는 양측 모두 과거 동선이나 정황을 증명할 객관적 자료를 유실했을 가능성이 커, 형사 절차에서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핵심 원인이 된다.
성폭법 제5조가 규정하는 '친족'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과 인척, 동거하는 친족이다. 이 범위에 부합하면 법정형은 최소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격상되어 집행유예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제 변론에서는 타임라인 분석을 통해 친족관계의 법적 성립 요건을 따지거나 공소사실의 모순을 탄핵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혼 가정의 계부모 관계나 사실혼 등에서 범행 시점과 실질적 친족관계 성립 시점이 일치하는지 여부는 법적 잣대의 방향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검사 이력이 있는 로엘 법무법인 최창무 대표변호사는 "가족 성범죄는 사법부의 강력한 단죄 의지가 맞물려 다른 사건보다 법리적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주로 피해자 진술에 의존해 공소가 제기되므로 그 진술이 나오게 된 객관적 배경과 정황을 명확히 분석해야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정 변론은 감정적 부인이나 피해자 비난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유죄 확신에는 합리적 의심이 없는 증명이 필요하므로, 고소 경위와 동기를 짚어보고 대화 녹취, 문자, 금융 거래 내역 등 객관적 정황을 제시해 법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최창무 대표변호사는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면 감정적 과열을 배제한 냉철한 법리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 객관적 증거 분석으로 이성적인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는 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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