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의 위계가 증거를 압도하는가...군 강제추행의 양형 논리와 징계권 행사의 실무적 쟁점
군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강제추행은 일반 사회의 성범죄와 궤를 달리한다. 일반 형법이 보호법익의 침해에 집중한다면, 군형법상의 성범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더불어 '군 기강 확립'이라는 조직 특수성을 동시에 정조준하기 때문이다. 최근 군 사법 개정으로 성범죄 재판권이 민간으로 이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이라는 특수한 공간적·인적 배경에서 비롯된 양형 기준과 뒤따르는 인사 징계의 파급력은 여전히 일반 범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감을 지닌다. 군내 성폭력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조직의 전투력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되기에, 수사 초기부터 민간 경찰과 군 검찰의 공조 체계 하에 매우 고강도의 압박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군형법상 강제추행은 일반 형법 제298조와 달리 벌금형 규정이 없다. 이는 군 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기조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형법상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군형법 제92조의 3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만을 규정하고 있다. 즉, 혐의가 인정되는 순간 벌금형이라는 선택지는 사라지며 실형 혹은 집행유예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러한 단일 형량 구조는 초범이거나 죄질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심리적으로 극심한 위축을 가하며, 자칫 잘못된 대응으로 이어질 경우 평생의 커리어가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기준 또한 군 조직의 특수성을 엄중하게 반영한다. 상관이 하관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 지휘계통을 이용한 범죄로 간주되어 가중 처벌의 대상이 된다. 특히 군사법 실무상 '장난이었다' 혹은 '친밀감의 표시였다'는 항변은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심리적 종속 관계를 악용한 것으로 해석되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판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핵심은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 수치심과 군 기강의 문란 정도'에 있으며, 이는 곧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무관하게 법적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군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의자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형사 처벌 그 자체보다 즉각적이고 단호한 인사 조치다. 성비위 사건이 인지되는 즉시 군은 해당 인원을 보직해임하고 격리 조치한다.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별개로 군 조직의 안정성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행정적 처분으로 간주된다. 보직해임 상태에서는 급여의 상당 부분이 삭감될 뿐만 아니라, 이후 예정된 진급 심사나 교육 선발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내려지는 '구속 영장' 청구 비율도 일반 성범죄에 비해 현저히 높은데, 이는 증거 인멸의 우려보다는 사안의 중대성을 명분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군인사법에 따른 징계 절차는 형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독자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성폭력 범죄의 경우 국방부 및 각 군의 징계 양형 기준은 매우 엄격하여, 비위의 정도가 약하더라도 최소 '정직' 이상의 중징계가 의결되는 사례가 대다수다. 특히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될 경우 현역 부적합 심의(현부심)로 회부되어 군 복무 자체를 강제로 종료 당할 위험이 크다. 연금 수급권 박탈이나 명예 퇴직 제한 등 경제적·사회적 불이익도 주어진다. 나아가 현역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면 군인으로서의 신분을 즉시 상실하게 되며, 이는 추후 형사 재판에서 무죄를 받더라도 원직 복직까지 험난한 행정 소송 과정을 거쳐야 함을 의미한다.
군 징계 처분을 받은 군인은 처분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징계항고심사위원회는 원징계 처분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게 되는데, 여기서 핵심은 혐의 사실의 유무죄를 다투는 것뿐만 아니라 징계권의 일탈·남용을 법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는 군의 엄격한 징계 기조를 꺾기 어려우며, 과거 유사 사례와의 형평성이나 사건 발생 당시의 특수한 상황 등을 정교하게 소명해야 한다.
예컨대 추행의 정도가 경미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과도한 파면·해임 처분이 내려졌다면 이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세워야 한다. 항고 심사에서도 구제받지 못할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형사 재판의 결과(무죄 혹은 선처)는 징계 취소의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하지만 행정 소송은 확정 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므로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절차적 방어권을 동시에 행사하여 소송 기간 중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로엘 법무법인 권상진 대표변호사는 “군사 사건은 일반 형사법의 논리만으로는 풀 수 없는 조직 특유의 생리와 엄격한 위계 문화가 존재한다. 과거 공군 군사법원장 및 국방부 징계항고심사위원장으로 재직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군 사건의 성패는 징계와 형사의 유기적 대응에 달려 있습니다. 민간 법원은 법리에 따라 판결하지만, 군 조직은 여전히 그들만의 엄격한 징계 잣대를 통해 '군인의 품격'을 묻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상진 대표변호사는 “특히 인사조치와 관련해서는 혐의를 단순히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인사 조치의 적정성을 파고들어 과도한 보직해임이나 현역 부적합 심의로의 전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합니다. 억울한 혐의라면 군사경찰 단계에서의 진술 분리와 증거 관계 설정이 우선이며 실수가 있었다면 징계 항고를 통해 직업 군인으로서의 생존권을 지켜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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