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된 공간 속 예단이 부르는 위험...지하철강제추행의 법리적 쟁점과 실무적 대응
현대인의 일상에서 지하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동 수단이지만, 동시에 예기치 못한 형사 사건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과거 성범죄 수사가 명확한 위계 관계나 직접적인 폭행, 협박을 전제로 이루어졌다면, 오늘 날 수사기관이 주목하는 지점은 우리 일상과 밀착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비자발적 신체 접촉이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 지하철처럼 사람이 꽉 차서 옴짝달싹 못 하는 곳에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성범죄 혐의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매우 자주 일어나고 있다. 법적으로는 이를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된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상황이 이제는 일상적인 위험이 되어버린 셈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핵심 법리는 일반 강제추행과 달리 '폭행 또는 협박'이 구성요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해당 장소의 특수성을 이용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접촉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다.
판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핵심은 행위의 부자연스러움이다. 단순히 열차의 흔들림이나 인파에 밀려 발생한 불가항력적 접촉인지, 아니면 주변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특정 방향으로 신체 부위를 지향했는지가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된다. 사법 연감의 경향을 분석해보면 초범이라 할지라도 지하철 내 성범죄에 대해 엄벌주의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범행을 반복해서 저질렀다고 인정되거나 추행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단순히 징역이나 벌금을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상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거나 고지되고, 특정 분야에 취업이 제한되는 등 강력한 '보안 처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한 개인의 사회적 명예와 생계를 끊 어놓을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최근 사법부의 흐름은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하여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부여하는 증거 가치를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는 피해자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진일보한 태도이나, 실무적으로는 물적 증거가 부족한 밀폐 공간 내 사건에서 당사자의 방어권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성적 수치심이라는 기준 자체가 피해자가 느낀 주관적인 감정과 맞닿아 있는 탓에, 억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자신의 무고함을 논리적으로 입증하기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형국이다.
관건은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고 정황을 객관화하는 데 있다. 지하철 내부 CCTV는 사각지대가 많고 화질이 낮아 결정적 증거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의자는 사건 당시 본인의 이동 경로, 손의 위치, 주변 승객의 밀집도 등을 시간대별로 치밀하게 재구성해야 한다. 상대방 진술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접촉 방식이 포함되어 있거나 시간적 모순이 있다면 이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법리적 공격이 필수적이다.
지하철강제추행 사건은 초기 수사 단계에서의 대응이 전체 결과의 80% 이상을 결정한다. 당황한 상태에서 행한 부적절한 자백이나 사실관계와 다른 진술은 차후 재판에서 번복하더라도 재판부의 신뢰를 얻기 매우 어렵다. 수사 기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조서라는 문서로 남기며 이 조서는 향후 법정에서 강력한 증거 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혐의가 명백한 상황이라면 신속한 합의와 양형 자료 제출을 통해 기소유예를 이끌어내는 전략이 유효하다. 반면 억울한 상황이라면 수사 단계에서부터 논리적인 무죄 주장을 전개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안 했다'는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할 수 없었다'는 물리적 입증이다. 당시 열차의 혼잡도 산출 데이터, 본인의 신체 구조상 해당 각도에서 접촉이 불가능했다는 점 등을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과학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줄 수 있는 목격자를 확보하거나 교통카드 이용 내역을 통해 본인의 이동 동선을 증명하는 등 여러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하철 내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억울하니까 수사기관이 알아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나, 반대로 겁을 먹고 무조건적인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범죄 재판은 철저하게 증거와 논리의 싸움이다.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는 "지하철 내 성범죄 사건에서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접촉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당시 열차 내 혼잡도와 신체적 메커니즘을 근거로 '추행의 고의가 성립할 수 없는 환경'임을 증명해야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감정이 아니라 납득 가능한 정황에 귀를 기울인다. 특히 지하철 수사대나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본인의 진술이 지닌 무게감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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