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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대응에 따라 성범죄 결백의 호소가 유죄의 자백으로 바뀔 수도 있어

사법부의 성범죄 판단 기준이 ‘성인지 감수성’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가 까다로워졌다. 통상적인 형사 사건에서는 검사가 범죄 사실을 엄격히 입증해야 하지만,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논리적 일관성만 갖춘다면 그 자체로 강력한 유죄 증거가 된다. 이러한 특수성 속에서 성범죄 초기 대응의 성패는 사실관계의 확인만큼이나 수사기관이 설계한 논리 내에서 피의자가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형법과 성폭력처벌법 등 관련법은 성범죄에 대해 높은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 강간죄의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며, 최근 급증하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몰카)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나아가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재판부의 판단으로 징역형과 별개의 '보안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 특정 기관 취업 제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은 한 개인의 직업적 기반과 사회적 생명을 박탈할 수 있어 어떠한 의미에서는 형사 처벌보다 그 무게가 중하다.

피의자는 통상 경찰의 출석 요구를 시작으로, 피의자 신문 조서 작성, 검찰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최종적인 공판 단계에 이르는 긴박한 법적 공정을 거치게 된다. 수사 개시 직후 행해지는 '피의자 신문'은 단순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와 피의자 진술 사이의 모순점을 찾아내 유죄의 골격을 세우는 과정이다. 향후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재판부가 피의자의 유무죄를 가르는 심증의 근거가 된다.

많은 이들이 수사 초기 단계에서 "진실은 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조사에 임하지만 자칫 스스로의 목을 죄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경찰 단계에서 작성된 첫 조서의 내용은 검찰과 법원을 거치는 내내 피의자의 신빙성을 결정짓는 증거가 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신문 과정에서는 수사기관의 질문 의도를 간파하고 법적으로 불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단어 선택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당황한 피의자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내뱉은 "미안하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식의 답변은 추후 법정에서 범행을 간접적으로 시인했거나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정황 증거로 돌변할 수 있다. 한 번 조서에 기록된 진술은 함부로 바꿀 수 없으며 뒤늦게 이를 법정에서 뒤집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간주되어 가중 처벌의 근거가 될 뿐이다.

현재 대법원 사법연감 및 검찰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성범죄 관련 기소율과 유죄 판결률은 현대 사법부의 엄벌주의 기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위력'이나 '강박'의 범위가 넓게 해석되면서 명시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피해자의 심리적 상태나 주변 정황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추세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의 구체적 정황과 그에 부합하는 사후 행동의 논리성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초기 대응 과정에서 피의자가 제출하는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CCTV 확보, 주변인 진술 등은 반드시 치밀한 법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제출한 자료가 오히려 피해자의 진술을 보강해 주는 '스모킹 건'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수사 개시 직후, 어떤 증거를 제출하고 어떤 진술을 보류할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수사관은 피의자의 심리적 허점을 파고들어 자가당착에 빠지게 만드는 고도의 신문 기법을 구사하므로 침묵과 선별적 진술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대표변호사는 “성범죄 혐의에 연루된 직후의 대응은 향후 몇 년의 삶을 결정짓는다.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법무과 소송계장과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수천 건의 형사 사건을 분석한 결과, 승소와 패소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의 진술에서 시작됨을 확인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자책이나 공포가 아니라, 냉철한 법리 분석과 신속한 증거 보전이다. 또한 수사 단계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보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수 있는 논리적 균열을 찾아내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현우 대표변호사는 “불필요한 말은 줄이고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지 않는 논리의 선을 구축해야 한다. 사건 초기 단계에서 수사 방향을 모니터링하고 조서 한 문장 한 문장의 파급력을 계산하는 치밀함이 필요하다. 성범죄는 낙인 효과가 강한 사건이기 때문에 초기 대응에서의 사소한 실책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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