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월세 면제 합의했어도… 신탁회사 동의 없으면 효력 없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월세를 면제해주기로 약속했더라도, 해당 건물이 담보신탁된 상태라면 신탁회사와 금융기관의 동의 없이 한 약속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1부(재판장 이재석 부장판사)는 5월 27일 신탁회사 A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엘 안주연·윤휘·정태근·김민준 변호사)가 임차인 B 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2024나99693)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실관계]
A사는 2020년 경기 용인시의 한 상가 건물에 대해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이후 위탁자(임대인)와 B 씨 사이에 상가 임대차계약이 체결됐다.
담보신탁계약에는 위탁자(임대인)가 신탁회사와 금융기관의 사전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B 씨는 코로나19로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자 임대인과 월세를 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사는 B 씨가 월세를 3개월 이상 밀렸다며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1심 판단]
1심은 임차인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탁자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임차인과 위탁자(임대인) 사이에 코로나19로 인한 월세 면제 또는 유예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대인 측이 일부 차임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은 점, 차임 유예를 내용으로 하는 문서가 작성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항소심 판단]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원고 A 사 승소 판결했다. 임차인 B 씨가 주장하는 차임 면제 합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음 판결 요지.
-임차인 B 씨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차임을 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합의가 실제 존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위탁자(임대인) 측은 해당 문서가 임차인에 의해 임의로 작성된 것이고 차임을 면제해준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제출했다.
-설령 차임 면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수탁자(원고 A 사)와 우선수익자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이상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임대료 면제는 임대차계약 내용의 변경에 해당하고, 신탁계약은 이러한 변경에 대해 수탁자와 우선수익자의 사전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임차인 B 씨가 주장하는 차임 면제를 모두 인정하더라도, 적어도 2022년 1월분, 2022년 5월분, 2025년 10월분 차임은 연체된 것으로 인정된다. 임대차계약은 임차인이 월 임대료 또는 관리비를 총 3기 이상 연체할 경우 임대인이 별도의 독촉이나 이행 요구 없이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차인이 뒤늦게 일부 차임을 지급해 연체액이 3기 미만이 됐더라도 이미 해지권이 발생한 이후라면 계약해지권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임대인이 차임을 이의 없이 수령하는 등 해지권을 묵시적으로 포기했다고 볼 사정도 없어 임대인의 계약해지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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