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인공지능의 새 시대의 법률 변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특히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며, 소설을 쓰는 등 과거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의 분야에서 AI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구체적으로 구글의 ‘딥 드림(Deep Dream)’이 몽환적인 이미지를 생성하고, AI 작곡가가 만든 음악이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바야흐로 전천후 AI의 시대인 것이다.

이처럼 AI가 만든 창작물이 점차 늘어나면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바로, “AI가 만든 창작물은 누구의 것이며,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가?”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우리의 현행 저작권법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본 칼럼에서는 AI 기술 발전이 가져온 저작권법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국내외 관련 사례를 분석하며, AI 시대에 걸맞은 법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현행 저작권법의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인가? 어찌보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바로 ‘인간 중심주의’가 가장 큰 한계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다(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대법원 판례 역시도 저작물이란 “사람의 정신적 노력으로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에 관한 창작적 표현물”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인간이 아닌 AI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창작물은 원칙적으로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려우며, 이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들을 야기한다.

AI 창작물에 저작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이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공공의 재산(Public Domain)’이 된다. 즉, 누구나 해당 창작물을 마음대로 복제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여 AI 기술을 개발하고 창작물을 만들어 낸 개발자와 투자자의 의욕을 꺾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 AI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미지, 텍스트, 음악 등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가 사용된다. 이러한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ext and Data Mining, TDM) 과정에서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불분명하여 AI 개발자들은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에도 노출되어 있으며, 현행법상 명확한 면책 규정이 없어 기술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위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AI 창작물에 법적 보호를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를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AI를 개발한 프로그래머, AI를 소유한 기업, 특정 목적을 위해 AI를 사용한 이용자, 혹은 AI 자체 중 누구를 권리자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법적 기준은 전무하며, 이는 향후 발생할 수많은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아직 AI 창작물과 관련된 저작권 분쟁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AI 기술과 관련된 법원의 판단은 현행법의 한계와 새로운 법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 가수가 자신의 목소리 데이터를 제공하여 만들어진 AI 음성 합성 프로그램이 자신의 허락 없이 목소리를 거의 동일하게 복제하여 판매되자 판매금지를 신청한 사건이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7. 21. 선고 2025카합20687 결정). 흥미로운 점은,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저작권법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가수의 ‘음성’이 오랜 활동을 통해 쌓아온 식별력이자 경제적 가치를 지닌 성과물이며, 이를 계약 범위를 넘어 무단으로 사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결정은 현행 저작권법 체계로는 보호하기 어려운 ‘목소리’나 ‘AI가 생성한 결과물’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무형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사법부가 부정경쟁방지법이라는 다른 법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역설적으로 AI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결과물을 보호하기에는 현행 저작권법이 미흡하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해외에서는 AI와 저작권 문제에 대해 우리보다 한발 앞서 논의를 진행하면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미국은 ‘공정 이용(Fair Use)’ 법리를 통해 AI 학습 데이터 문제를 다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 북스(Google Books)’ 사건에서 법원은 도서 본문을 디지털화하여 검색 결과를 제공한 행위가, 원저작물을 대체하지 않고 새로운 기능과 정보를 제공하는 ‘변용적 이용(Transformative Use)’에 해당하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법리는 AI가 학습을 위해 저작물을 분석하고 이용하는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의 길을 열어주었다. 한편 일본은 2018년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정보 해석(TDM)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명시적인 면책 규정을 도입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19년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을 통해 연구 목적 또는 일반적인 TDM에 대한 예외 조항을 마련하여 AI 산업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결론적으로 AI가 창작의 도구를 넘어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현행법의 틈을 메우고 AI 시대에 걸맞은 저작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AI 창작물을 위한 새로운 권리 체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인간’의 창작물에만 부여되는 현행 저작권 체계를 무리하게 수정하기보다는, 저작권과 유사하지만 구별되는 새로운 형태의 권리, 즉 ‘저작인접권’과 같은 특별한 권리를 AI 창작물에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둘째, AI 학습을 위한 TDM 면책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 일본, EU와 같이 우리 저작권법에도 AI 개발 및 연구를 위한 TDM 행위에 대한 명확한 면책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이는 AI 산업의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개발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기술 혁신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셋째, AI 창작물의 권리 귀속 주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AI 창작물의 권리를 개발자, 이용자, 혹은 투자자 중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 창작 과정에 대한 기여도, 창작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초기에는 AI를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여 최종 결과물을 선택하고 수정한 ‘이용자’에게 권리를 귀속시키는 것이 창작 활동을 장려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AI가 만든 창작물을 어떻게 보호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더 이상 미래의 과제가 아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의 문제이다. 창작자와 개발자, 그리고 이용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지혜로운 법 제도 설계를 통해 대한민국이 AI 기술 강국이자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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