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는 법의 몫, 평가는 사회의 몫 (변호사가 본 조진웅 사건)
1. 조진웅 배우 사건의 개요와 문제 제기
최근 배우 조진웅의 과거 소년 시절 범죄 전력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법적으로는 소년 보호 처분을 거쳐 종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적 영향력이 큰 배우라는 직업적 특성을 감안하여 도덕적·사회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소년 범죄에 대한 관용은 정의로운가? 그렇다면 어느 선까지 관용을 베푸는 것이 정의로운가? 이 오랜 질문에 아직 우리 사회의 명확한 해답은 나오지 않은 듯 하다. 조진웅 배우의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점화된 소년사법제도에 대한 우리의 의문을 변호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2. 소년법의 기본 이념과 보호 원칙
소년법의 취지는 명확하다. 소년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을 조정하고 품행을 교정하기 위한 보호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에 두고 있다. 처벌보다 교화, 응보보다 회복을 우선하는 것이 소년법의 기본 이념이다.
이러한 취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조항이 바로 소년법 제70조 제1항이다. 해당 조항은 소년 보호사건과 관련된 기관이 “재판·수사 또는 군사상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그 사건 내용에 관한 어떠한 조회에도 응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소년 시절의 과오가 평생의 낙인으로 남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조문에 의하면 성인에 비하면 우리 법이 소년 사범을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3. 변호사의 관점 ① : 소년법 보호 원칙의 당위성
변호사의 관점에서 보면, 소년법의 보호 원칙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소년법 제1조와 제70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미성년자의 변화 가능성과 회복의 기회를 고려하지 않는 소년사법제도는 그 존재의 의의를 잃는다. 소년법이 지향하는 교화와 보호의 이념은 형벌 중심의 형사사법과 분명히 구별되는 가치이며, 이는 어떤 경우에도 가볍게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조진웅 배우의 과거 사건이 언론을 통해 재조명된 점은 이러한 소년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소년법 제70조 제1항은 수사·재판 기관의 정보 제공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언론 보도 전반을 직접 규율하는 조항은 아니다. 다만 그 입법 취지는 소년 시절의 과오가 성인이 된 이후까지 반복적으로 소환되는 것을 경계하는 데 있기에, 이번 논란은 이러한 취지와 충돌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4. 변호사의 관점 ② : 소년법 보호 원칙의 한계와 대중 비판의 출발점
그러나 소년법 제70조 제1항이 소년 사건의 정보 제공을 제한하는 까닭은, 소년 사범이 과거로 인해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있을 뿐, 그 죄의 무게를 덜어주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그동안 조진웅이 쌓아 올린 배우로서의 모습들이 진정 그 죄의 무게를 감내해 온 것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대중의 비판이 시작된다.
과거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없이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며 ‘정의’를 외치는 배우 조진웅을 피해자는 어떤 마음으로 그저 바라보아야만 했을까. 그 고통에 대한 대중의 정서적 공감과 분노를 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도외시할 것만은 아니다. 소년법의 보호가 가해자의 재사회화를 위한 장치라면, 사회의 평가는 피해자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기 위한 도덕적·사회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5. 변호사의 관점 ③ :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과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
무엇보다, 조진웅 배우 사태의 핵심은 법전 밖에 있다. 조진웅이 연예인이기에 대중의 인기가 존재의 기반이 되는 직업이라는 점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다. 연예인은 홀로 영위할 수 없고, 대중의 존재가 있어야만 성립할 수 있는 직업군이다. 작품 활동과 광고, 사회적 발언까지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필연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논쟁 과정에서 조진웅 배우의 과거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중은 법과는 별개로 사안의 성격을 따져 묻는다. 이는 법적으로 확정된 판단을 의미한다기보다, 사회가 느끼는 도덕적·정서적 반응에 가깝다. 특히 공적 영향력이 큰 인물일수록, 과거의 행위가 사회에 남긴 상처에 대해 더 엄격한 평가를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6. 변호사의 관점 ④ : 법적 판단과 도덕적·사회적 평가의 분리의 필요성
법적 보호와 도덕적·사회적 평가는 중복되면서도 엄연히 별개의 영역이다. 법적인 판단이 끝났다는 이유로 모든 비판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 반대로 도덕적 평가를 이유로 법적 보호 자체를 부정하려는 시도 모두 극단적이다. 법은 법대로 존중하되, 대중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연예인에 대한 도덕적·사회적 평가가 이뤄지는 부분은 별개의 영역으로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사안에 대해 우리가 합당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소년법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하되, 법이 해당 인물의 도덕적·사회적 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법은 형사적 책임과 법적 불이익을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지를 정할 뿐, 사회가 개인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사회적 평가를 내릴 권리까지 박탈하지는 않는다.
7. 결론 : 보호는 법의 몫, 평가는 사회의 몫
결국 조진웅 배우의 이번 논란은 법적 보호와 도덕적·사회적 책임이 별개의 문제임을 선명하게 인식시키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모두가 동의하기 때문에 우리는 소년법을 제정하고, 소년사법제도를 만들어, 그 누구라도 지난날의 실수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합의한 법과 제도를 개인의 과거 행위에 대한 도덕적·사회적 책임까지 희석시키는 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피해자와 사회가 입은 상처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법에 대한 신뢰마저 훼손하게 된다. 법이 보호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하고 수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밖의 도덕적·사회적 책임을 오롯이 지는 것까지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소년법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반성과 회복’의 의미에 부합하는 태도일 것이다.
출처 : 일요서울i(https://www.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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