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끝이 아니다” 미성년자 면접교섭
필자는 얼마 전 한 이혼 조정기일에 참석했다가 흔치 않은 광경을 보았다.
당시 조정위원은 “저는 보통의 조정위원과 다릅니다”라는 말로 서두를 연 뒤, “두 분이 이혼하시는 것 자체에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다만 자녀인 OOO에 대해서는 정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하며 조정을 시작하셨다.
조정위원은 ‘이혼’의 개념과 ‘사건본인’이라는 용어를 설명하던 중, 돌연 원고와 피고를 모두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OOO가 어떤 어른이 되기를 바라십니까?”
조정 전까지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비 문제만을 두고 필자와 함께 치열하게 전략을 세우며 대비해 왔던 의뢰인은 그 질문에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두 사람은 조정위원의 재촉에 조심스럽게 “우리 OOO가 어른이 되면…”이라고 입을 떼었고, 곧이어 눈시울을 붉혔다.
조정위원은 상대방에게 다시 물었다. “아버님, 이혼을 하더라도 OOO를 자주 만나실 생각인가요?” 상대방이 대답을 머뭇거리자, 조정위원은 단호하게 “당신은 세상이 바뀌어도 아이의 단 하나뿐인 친부입니다. 면접교섭권은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아이의 권리’입니다.”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은 돌연 본인의 불우한 가정사까지 털어놓았고, 결국 조정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날 필자는 날 선 공방을 각오하고 갔기에, 조정장이 갑작스레 심리 상담실처럼 변해버린 분위기에 순간 당황하였다. 그러나 각자의 속 이야기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오히려 그간 팽팽하게 맞섰던 금전 관련 문제들이 오히려 쉽게 정리되는 결과를 보게 되었다. 비록 조정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지만, 변호사로서 자칫 ‘승패’와 재산적 이익에만 몰두해 놓칠 뻔했던 이혼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된 기회였던 것 같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번 칼럼에서는 이혼 후 미성년 자녀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면접교섭권’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➊ “면접교섭권”은 이혼 후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를 만나거나 연락하며 교류할 수 있는 법적 권리이자, 동시에 자녀가 부모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권리이다. 어느 한쪽이 양육을 담당한다고 해서 다른 한쪽이 부모 자격을 잃는 것은 전혀 아님에도, 현실에서는 이혼이 곧 자녀와의 관계 단절로 인식되고, 그 결과 면접 교섭 거부 등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법과 판례는 일관되게 ‘면접교섭권은 부모의 권리임과 동시에 자녀가 건전한 성장·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보장되는 ‘아이의 권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즉, 양육자의 감정·분노·상대방에 대한 원망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아이의 복리라는 뜻이다.
➋ 이혼 직후 비양육자인 부모는 종종 “아이가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냐”,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것”, “아이에게 혼란이 생길까 걱정된다.” 등의 이유를 내세워 만남을 미루곤 한다. 양육자로 지정된 부모 또한 “내가 아이를 키우는 데 굳이 감정적으로 멀어진 전 배우자를 만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면접 교섭에 협조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러한 사유 대부분이 정당한 면접 교섭 거부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유 없는 약속 취소·지연 반복, 양육자의 연락 차단, 방문 자체의 봉쇄, “아이가 싫어한다”라는 주장만 있고 객관적 확인이 없는 경우, 새 배우자·조부모 등이 면접 교섭을 방해하는 경우 법원은 이를 면접 교섭 불이행으로 평가한다.
이때 재판부는 가사 조사 또는 실태조사 후 면접 교섭 이행 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으면 간접강제(면접 교섭 강제집행) 가 진행되며, 횟수가 늘어날수록 금전적 압박도 점차 높아진다. 실제로 반복적인 면접 교섭 거부로 인하여 과태료 수백만 원이 부과되거나, 심한 경우 양육권 변경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➌ 그렇다고 모든 이혼한 부모에게 면접 교섭이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일방 당사자의 아동 학대·폭행 이력이 있거나, 양육비를 핑계로 아이를 빌미로 삼아 위협·압박, 부모 간 또는 부모와 자식 간에 감정적 폭언·비난·세뇌가 반복되는 경우, 정신질환 등 문제가 있거나 또는 위험한 환경(알코올·도박·불법행위 등)에 아이를 노출해야 할 때에는 면접 교섭권한이 제한되거나 심한 경우 금지가 될 수도 있다.
➍ 미성년자녀를 두고 이혼을 결정하려고 하는 독자가 있다면 몇 가지 팁을 드리고 싶다. 실제로 면접교섭과 관련한 갈등의 상당수는 초기에 목표를 설정하는 것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일방이 욕심을 내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면접 교섭 일정을 잡거나, 또는 너무 모호하게 잡아서 서로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른 경우다. 따라서 면접 교섭에 관해서는 되도록 세분화된 일정, 방법 등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컨대, “매월 2회 면접교섭”이라는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 10:00~18:00 / 장소 ○○역 앞 인도 / 양육자 동행 없음” “영상통화 매주 수요일 20:00~20:30, 양육자는 5m 이내 대기하되 통화에 개입하지 않음” 등으로 본인이 이행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단,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면접 교섭의 구체적인 내용은 부모를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우선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녀가 청소년 정도의 나이라면 반드시 자녀의 의견을 확인하고 면접교섭을 계획하여야만 할 것이다.
➎ 이혼은 어디까지나 성인이 자신의 선택으로 맺었던 부부 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일 뿐, 아이의 의사와 무관하게 필연적으로 주어진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끊는 과정이 아니다. 누구의 잘못이 더 컸는지, 누가 먼저 상처를 주었는지, 혹은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어떠한지와 관계없이, 자녀에게 두 사람은 여전히 단 하나뿐인 부모이다.
특히 면접 교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가정일수록 부모의 빈 자리가 더 빨리 메워지고, 그만큼 아이의 정서 안정과 학교생활 적응, 또래 및 사회적 관계 형성, 자기 존중감 등이 긍정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결국 면접 교섭은 법원의 명령 이전에 아이의 미래를 위한 성인들의 약속이다. 이미 이혼을 결심한 부모라면, 부모의 이혼이 곧 아이의 불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양측이 충분히 협력하기만 한다면 아이에게 또 다른 형태의 건강한 가족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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