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위험한 소확행
독자분들 중 직장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하루에 한 번씩 꼭 가는 곳이 있다. 물론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바로 ‘탕비실’이다. 일을 하다 보면 당이 떨어지니 당도 보충하고, 시간도 좀 보내고 싶고 그런 게 직장인들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탕비실에 가면 간식들이 무한히 샘솟는 것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마구 집어 먹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맛있는 것만 쟁여 놓거나 마구 집어 먹기도 한다.
그렇다면 혹시 탕비실에 있는 간식을 남들보다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될까? 뜨끔하실 수도 있겠지만, 답은 ‘아니다’이다. 절도죄가 되려면 명확히 다른 사람 소유의 물건을 불법영득의사로 가져가야 하는데,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간식은 보통 회사 재산이면서, 동시에 직원들의 복리후생 차원에서 제공되는 부분이라 직원에게도 일정 부분 소비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비치된 간식을 몇 개를 먹더라도 회사 자원을 조금 ‘낭비했다’의 문제이지 ‘절도’라고 의율하긴 어려운 것이다.
반대로 회사 탕비실에 놓인 간식을 잔뜩 챙겨서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량으로 재판매한다면 어떨까? 이때는 위와는 달리 절도죄가 성립하겠다. 실례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회사 비품처럼 보이는 과자나 믹스커피 등을 200개씩 판매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명백히 절도죄가 성립하겠다. 회사에서 허용된 범위, 즉 복리후생을 넘어 집에 가져가거나 판매를 했다면 이는 불법적으로 개인적 이익을 위해 챙긴 것이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혹시 이러한 행위가 절도가 아닌 횡령이 될 수는 있을까? 절도죄는 타인이 소유 및 점유하는 재물을 훔치는 죄이고,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가로채는 죄이다. 그러므로 탕비실을 관리하는 업무 담당자가 간식들을 통째로 집으로 가져갔다면 이는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할 것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회사에서 고객사은품으로 마련한 머그컵이나 달력을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고객사은품 무단반출, 무단반출에 따른 회사 재산 손실 및 업무수행 지장 초래, 업무 지시 불이행 및 회사 내 보고 지휘체계 무시를 사유로 해당 직원이 해고된 사례가 있다.
당시 직원은 부당해고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는 무단반출과 업무 지시 불이행 및 회사 내 보고 지휘체계 무시라는 사유가 해고 사유로는 부적절하다고 보고 구제신청을 인용해주었다.
그런데 회사는 그러한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물론 중앙노동위원회도 머그컵 세트 무단반출에 대한 부분은 정당한 징계로 인정되지만, 나머지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징계가 과하다고 판단해 다시 한번 직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회사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재판부의 판단도 동일했다. 재판부는 머그컵 세트를 무단으로 반출한 것은 징계 사유로서 인정하지만, 절도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원이 사적이 이익을 위해 머그컵 세트를 가져간 것이 아니라 5개 중 2개는 이미 고객에게 증정했고, 나머지 3개도 고객에게 증정하기 위해 가지고 있다가 반납했으며, 직원의 행위로 고객에게 머그컵 세트 증정이 한 달 정도 지연됐지만, 회사의 업무수행에 큰 지장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첨언했다.
뿐만 아니라 달력과 관련해서는 달력이 일반 고객들에게 두루 증정하기 위해 탕비실에 보관되고 있었고, 평소 달력 반출을 엄격하게 관리했는지조차 불분명하여 보고 지휘체계가 무시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서설이 길었다. 바로 ‘초코파이 절도 사건’이다.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협력업체 소속 보안직원이 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커스터드 등 합계 1,050원 상당의 과자를 꺼내먹어 절도죄로 벌금형을 받은 사건이다.
사실 이 직원은 검찰단계에서 약식기소(검사가 죄질이 가볍고 증거가 명백한 사건에 대해, 정식 재판 절차 없이 법원에 벌금형 등 간단한 형벌을 내려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되었으나, 억울하여 정식재판까지 가게 된 사정이 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절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벌금 5만 원을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해당 냉장고는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사무공간 끝부분에 있었다며 해당 직원도 물품에 대한 처분 권한이 자신에게 없었음을 알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당연히 직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였다. 항소심에서는 결국 직원에게 간식에 대한 처분 권한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회사는 허락 없이 간식을 가져가는 사례가 없다고 주장하니, 직원 입장에서는 간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전주지법 형사2부는 해당 직원에 대해 벌금 5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결정적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절도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원이 해당 사무실을 출입하던 탁송 기사들로부터 “냉장고 간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행위가 허용된다고 믿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탁송 기사도 “새벽 3시 30분쯤 출근하면 물류회사 직원들이 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된 간식을 자유롭게 먹었다”며 “보안 요원들이 사무실이 위치한 출고센터의 출입문을 여는 시간은 본래 오전 4시인데 미리 온 탁송 기사들이 대기하지 않도록 출입문을 미리 열어주면, 고마움의 표시로 기사들이 보안요원에게 간식을 건네거나 ‘가져다 먹으라’고 권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보안업체 직원들의 진술도 직원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동료 직원 39명은 “우리도 야간 근무 중 탁송 기사들의 권유로 해당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은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진술서에 대해서도 “직원 39명이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피고인과 동일하게 간식을 먹은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재판부는 냉장고의 위치가 사무공간 깊숙한 곳이 아닌 통로 인근에 있어 접근이 완전히 통제된 구역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무죄의 근거로 들었다.
애초에 이런 사건의 경우, 변호인의 적극적인 조력을 받아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어야 하나, 일이 너무 커져 버린 감이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단순하게 생각하고 저지른 행동이 재판까지 가버렸다. 일단 피소가 되었다면, 변호인의 적극적인 조력을 받아 빠르게 위험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 독자분들은 어쩌면 위험한 소확행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이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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