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스토킹행위에 관하여

​‘스토킹’이란 단어를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은밀히 다가선다’, ‘몰래 추적하다’ 라는 뜻의 영단어 ‘Stalk’ 에서 나온 말로서,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위험을 느낄 만큼 따라다니는 행위를 의미한다.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일으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주고, 사회생활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스토킹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4월 20일에 제정되어 2021년 10월 21일에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스토킹 행위에 대해 ‘불안감 조성’ 등 사유로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고작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경미한 처벌이 이뤄지는 데 그쳤다.

​스토킹은 폭행, 살인 등 신체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스토킹 행위 초기 단계에서 가해자를 형법으로써 제재하여,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러한 여론에 발맞추어 마침내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한 차례의 일부 개정을 거쳐 현행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아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는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에서 스토킹행위의 객체가 되는 ‘상대방등’을 문리해석상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한정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에 따르면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캐내고자 동거인과 가족 외의 주변인들을 상대로 피해자의 정보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는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

​실제 사례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대학 재학 중 잠깐 알았던 단순 지인 사이였다. 그리고 10여 년간 어떠한 연락도 없이 지내왔다. 그러나 가해자는 우연한 기회로 피해자의 근황을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해자는 먼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여러 개의 가계정을 개설한 후, 10명 이상의 피해자의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집요하게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캐물었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는 극심한 불안감을 겪은 끝에 형사고소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법규정을 문리적으로 해석할 경우, 이러한 스토킹행위는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우편ㆍ전화ㆍ팩스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이하 “물건등”이라 한다)을 도달하게 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프로그램 또는 전화의 기능에 의하여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이 상대방등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위’에서 ‘상대방등’은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의 친구, 동료 등 주변인에 관해서는 사례와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법 적용이 어려운 것이다.

​또한 해당 사례는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바목의 제3자 스토킹 행위에도 해당되기 어렵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처벌 범위를 제3자에 대한 스토킹 행위까지 확대했지만,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배포’ 또는 ‘게시’하는 행위만을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행위가 개인정보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 경우에 그칠 경우, 법률 문언의 문리적 해석상 위법하다고 보기까지는 힘든 것이다.
​이와 같은 스토킹처벌법의 공백은, 최근의 피해자를 직접 겨냥하는 대신 주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괴롭히는 스토킹 행위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상대방등’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개정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상대방등’의 범위를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제3자까지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외국의 유사 입법 사례를 보면, 독일 형법의 경우 제238조에서 스토킹(Nachstellung)을 규정하면서, 보호 대상을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eines ihrer Angehörigen oder einer anderen ihr nahestehenden Person)’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리하여 독일 형법 제238조 제1항에서는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과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스토커 행위 등의 규제 등에 관한 법률」(ストーカー行為等の規制等に関する法律)에서 스토킹 범죄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서는 보호대상을 '특정의 자(特定の者)‘ 본인뿐만 아니라 기타 ‘당해 특정의 자와 사회생활에 있어서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자(その他当該特定の者と社会生活において密接な関係を有する者)’까지 확대하고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스토킹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보호 대상의 범위를 피해자의 주변인을 폭넓게 규정하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스토킹처벌법 또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보호 대상을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으로 제한하기보다 독일, 일본과 같이 ‘가까운 사람',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자’와 같이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문리해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목적론적 해석을 허용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실무상 법조문 해석에 있어,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이 인정될 여지가 필요하다. 요컨대 스토킹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스토킹이 더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며, 건강한 사회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를 여러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스토킹처벌법이 진정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구제하는, 든든한 울타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실제 사례의 피해자는 필자 본인이다. 건장한 남성이라도, 변호사라도, 그 누구라도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스토킹은 결코 '관심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포와 불안을 강요하는 폭력일 뿐이다. 한 사람의 집착이 다른 사람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우리 사회는 스토킹 행위에서 발전한 여러 흉악 범죄들을 이미 수없이 겪어왔다. 스토킹처벌법의 제정은 더 이상 이러한 스토킹 행위, 그리고 여기서 비롯되는 범죄들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법 해석과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

관련 구성원

목록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상세한 내용은 아래의 문의를 통해 전달해주세요.

빠른상담 접수

로엘 법무법인이
함께 고민하고 대응합니다